꿈꾸는한약사
·(아이콜리 서포터즈로 활동중입니다)
여름이 되면 진가를 발휘하는 열매 중 하나가 바로 오미자입니다. 한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수렴작용이 뛰어나 사람의 정기를 지키는 데 가장 좋은 약”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때 수렴작용의 의미는 뭘까요? 몸에서 빠져나가거나 흩어지려는 기운, 진액, 땀, 정액 등을 막아서 모아주는 작용을 말합니다. 오미자처럼 신맛이 나는 약재들이 갖는 큰 특징 중 하나죠. 대표적인 예로 임신을 하면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신맛이 나는 음식을 선호하게 되는데, 태아를 지키기 위해 진액을 더 모아두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더위로 인해 손상되기 쉬운 체액과 정기의 손실을 막아주는 효과가 탁월해서 장수열매로 불리기도 하는 오미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수명이 46세 정도 되었는데 그 시절 81세까지 살았던 왕이 있습니다. 냉방시설이 전혀 없던 시절이라 열사병이나 토사곽란(식중독으로 구토, 설사, 복통을 수반하는 증상)으로 여름나기 힘들 때 81세 장수를 누린 영조대왕이 특히 즐겨 마셨던 차가 바로 오미자입니다.
5가지 맛을 가지고 있어서 오미자라 부르지만, 막상 먹어보면 신맛이 대부분이고 단맛은 아주 약합니다. 사과산, 주석산 같은 유기산이 신 맛을 내는데, 바로 여기에 피로를 풀어주는 비밀이 들어있습니다. 몸 속 피로물질이라고 하는 젖산을 분해해서 회복을 촉진시키고, 우리가 음식으로 먹는 영양소들이 에너지로 변환되는걸 도와주니까요. 게다가 노폐물 배출을 도와서 해독기능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땀 흘린 여름, 시원한 오미자차가 여름보약이 되는 이유입니다.
오미자를 재료로 하는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보면 주요 기능으로 항노화가 반드시 언급됩니다. 왜 그럴까요? 노화를 막아주는 주요 물질인 쉬잔드린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쉬잔드린은 오미자과에만 존재하는 성분으로 노화방지, 동맥경화, 혈관질환 개선 등의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치매예방, 집중력 향상 같은 뇌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오미자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주로 중년층을 겨냥해서 많이 출시되는 편입니다.
동의보감에는 '오미자가 폐를 촉촉하게 하고 기침을 멈추게 한다' 고 기록되어 있는데 실제로 폐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서 기침이 심하거나 목이 잘 쉬는 사람에게 효과적입니다. 약리학적으로는 오미자의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성분이 편도선염이나 기관지염 같은 각종 염증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직업상 말을 많이 하는 편이라 기관지가 예민하거나 노화로 인해 마른기침이 잦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더운 여름에 인사동 카페에서 마시는 시원한 오미자차 정말 별미죠. 실지로 오미자는 과일로 직접 먹기보다 차로 만들어 먹는 게 영양흡수에도 더 좋습니다. 오미자차는 말린 오미자를 이용해서 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미자(20g)를 찬물(1L)에 하룻밤 우린 후 10분정도 약불로 끓여서 만들면 되는데, 거기에 꿀이나 다른 과일을 넣어서 먹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오미자를 많이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오미자청입니다. 생오미자를 사용하려면 8월말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더 편한 방법이 있습니다. 냉동오미자를 활용하는 겁니다. 농촌 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냉동 오미자를 활용했을 때 항산화효과를 띠는 페놀함량도 높고, 항노화.항암효과를 가진 쉬잔드린 성분도 8배까지 높아서 더 효과적입니다. 자 이제 오미자청 만들어 볼까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1.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오미자와 설탕을 1:1로 버무립니다. 물기를 잘 빼야 숙성되는 과정에서 상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오미자와 설탕을 켜켜이 쌓고 마지막엔 설탕으로 잘 덮어둡니다.
2.맨 위 설탕이 녹을 때까지 실온보관하면 되는데, 만들 때 너무 덥거나 습해서 상할까봐 걱정이 된다면 설탕을 10%정도 더 사용해도 됩니다.
3.설탕이 녹고 나면 냉장고에 보관하는데 중간 중간 물기 없는 나무수저로 잘 저어주어야 합니다.
4.100일후 오미자 열매는 건져내고 오미자액만 사용하면 됩니다.
감기 등으로 인해 고열이 있다면 오미자는 조심해야 합니다. 오미자가 속을 따뜻하게 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 십이지장 궤양, 위염 등으로 소화기능이 약하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신맛이 강해서 위에 무리가 갈수 있습니다.
오미자나 건 오미자를 우릴 때는 너무 뜨겁지 않은 40도 이하의 물에서 우리는 게 좋습니다. 뜨거운 물에 우리거나 달여 먹으면 쓴 맛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식은땀을 줄여주고, 갈증을 사라지게 하는 오미자. 여름을 잘 나게 해주는 최고의 음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잘 활용하셔서 올 여름도 건강컨디션 제대로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