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Slow Aging)”라는 키워드는
이제 더 이상 특정 연령대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3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천천히 늙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살아간다.
그 바람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오메가3를 먹어라, 콜라겐을 챙겨라,
아침엔 비타민C, 저녁엔 마그네슘, 고단백 저탄수 식사를 하라…
하지만 이런 정보 속에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왜 우리는 항상 ‘더하려고’만 할까?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원장님, 요즘 커피를 하루에 세 잔 마시는데 속이 안 좋아서 위장약도 같이 먹고 있어요.”
“요즘 술자리가 잦아서 간 건강이 걱정돼서 밀크씨슬 같이 먹어요.”
무엇이 이상한가?
분명 몸에 부담을 주는 행위를 하고 있는데,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좋은 것’을 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예를 들어, 흡연하면서 항산화제를 먹는 것,
밤 늦게 야식을 먹고 소화제를 챙기는 것,
밤샘 후 피부가 푸석해져 콜라겐을 더 먹는 것이 바로 그렇다.
그런데 이것은 마치 기름을 계속 붓는 엔진에 정기적으로 세정제를 뿌려주는 격이다.
본질을 해결하지 않고 겉을 닦는 것에 불과하다.
진짜 저속노화는 새로운 영양제를 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몸을 해치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술을 줄이자. 간 해독 능력은 무한하지 않다.
담배를 끊자. 니코틴과 타르는 혈관 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친다.
카페인을 줄이자. 일시적인 각성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수면 질을 무너뜨린다.
가공식품을 줄이자. 트랜스지방, 과도한 나트륨은 만성염증의 뿌리다.
밤늦게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고, 세포 재생에 지장을 준다.
이런 ‘빼기’의 실천은 처음엔 재미도 없고 성취감도 적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행동들이야말로
세포 하나하나의 회복 속도를 늦추는 진짜 핵심 전략이다.
뭔가를 빼는 일은 마음을 비우는 일과도 같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불행의 부재”라고 말했다.
노화도 마찬가지다.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게 아니라,
노화를 앞당기는 요소를 하나씩 없애는 것이다.
시장에서 파는 건강기능식품은 화려한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이 한 알로 젊음을 되찾으세요.”
“콜라겐 1만 mg로 동안 피부 완성.”
하지만 진정한 저속노화는 그보다 훨씬 조용하고, 단단한 변화다.
술 한잔을 마다하고, 군것질 대신 채소를 먹고, 밤에 휴대폰 대신 책을 읽는 일.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몸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드디어 나를 돌봐주는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느리게’ 흐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몸을 더 젊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동안 내가 내 몸에 저질러온 잘못을 멈추는 것이다.
저속노화는 마이너스에서 시작된다.
빼기를 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 더하기의 힘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