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다 보면 밤에 가장 자주 깨는 이유, 단연코 열이에요.
"엄마, 머리가 뜨거워…"라며 흐느적대는 아이를 보면, 진짜 심장이 덜컥하죠.
저는 전직 간호사이기도 하지만, 막상 내 아이가 열이 나면 정신이 하얘져요.
그래서 엄마들이 해열제만 믿고 가만히 기다리기보다는,
같이 해주면 좋은 케어법들을 꼭 알고 계셨으면 해서 이 글을 써봐요.
실제로 제가 우리 아이 돌 전후부터 지금까지 써먹고 효과 본 방법들이라,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해열제 먹였는데도 열이 안 떨어져요!”
많이 들어보셨죠?
보통 해열제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계열)과
이부프로펜(챔프, 부루펜 계열)로 나뉘는데,
이건 약물 작용시간이 30분~1시간 정도는 걸려요.
그러니까 "먹였는데도 왜 열이 떨어지지 않지?"
하는 마음에 불안해지는 건 당연하지만,
일단 기다려야 해요. 다만, 이 시간 동안 아이가 힘들어 하니까
그 사이에 제가 해주는 것들이 있어요.
해열제 먹고 10분, 15분 뒤에도 열이 그대로면 불안하잖아요.
근데 너무 빨리 찬물 찜질이나 시원한 수건 덮어주면
오히려 오한처럼 더 떨고 추워해요.
그래서 체온이 너무 올라가기 전까진 기다립니다.
입술이 보랏빛이거나, 손발이 차가우면 그건 열 오르는 중이라는 뜻이거든요.
체온 낮추는 포인트는 혈관이 많은 부위.
겨드랑이, 사타구니, 목 뒤쪽!
이 부분을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체온이 0.3~0.5도씩은 떨어지더라고요.
찬물로 하면 아이가 움찔하니까, 미지근한 물! 이 포인트예요.
아이 열이 나면 땀을 범벅처럼 흘리죠.
그 땀이 식으면 다시 열 오르기 쉬우니까
땀 젖은 옷은 바로 갈아입혀주고,
이불도 최대한 얇게, 손발이 바깥으로 나오게 해줘요.
가끔은 "추워서 그런 거 아니에요?" 하는데
열날 땐 오히려 이불 덮으면 더 안 좋아요.
체온이 오르면 수분이 증발돼요.
그래서 미지근한 물, 보리차, 수분 많은 과일즙
조금씩 자주 떠먹여줘요.
전 수저로 한 입씩 떠서
"마시면 더 안 덥지~" 하고 놀면서 줬어요.
물론 아이가 너무 지쳐있으면 잘 안 먹지만,
살짝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 틈을 봐서 먹이면 흡수가 잘 되더라고요.
쿨패치가 불편해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전 젤 냉찜질팩을 수건에 싸서
목 뒤, 발바닥, 이마 위에 살짝 올려두었어요.
단! 너무 차게 오래 올려두면
혈관이 수축해서 오히려 열이 빠지지 않아요.
한 번에 10분 정도, 아이가 싫어하지 않을 만큼만.
가장 힘든 건 사실 아이보다 엄마 마음이에요.
제가 간호사 출신인데도
“이대로 열이 안 떨어지면 어쩌지?”
“혹시 열성경련 오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엄마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케어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것.
정말이에요.
열 나고 난 후, 회복기엔 이렇게 관리해요
열이 떨어졌다고 해서 바로 과일이랑 차가운 음료 주면
다시 복통이나 열 오르기 쉬워요.
이틀 정도는 속 편한 죽이나 미음
배 따뜻하게 하기
너무 무리해서 놀지 않게 하기
저희 아이는 하루 열이 나면
회복기 이틀은 꼭 느긋하게 보내야 안정되더라고요.
지금도 아이가 열 날 때마다 저는 잠을 거의 못 자요.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주고 있다는 위안이 엄청 크거든요.
해열제를 먹였으면,
그 다음 1~2시간은 ‘기다리며 해줄 수 있는 것들’을 꼭 챙겨보세요.
아이 몸이 조금 덜 힘들어지고,
엄마 마음도 덜 불안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