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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이라는 행위가 제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그 시작점은 아버지에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풀코스를 완주하셨던 분이셨고, 그 사실만으로도 저에게는 러닝이라는 세계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무심히 듣곤 했던 마라톤 이야기, 러닝화의 닳아 있던 밑창, 아침마다 입으셨던 트레이닝복이 기억 속 어딘가에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스무 살이 넘은 어느 날, 저는 아버지와 함께 한강에서 10km를 달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운동 삼아, 그리고 마음 한켠에는 아버지를 살짝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큰 격차가 나버리면 민망할 것 같다는 마음에 9km 지점까지는 나름 속도를 조절해가며 뛰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1km에서 아버지께서 제 옆을 조용히 스쳐 지나가셨고, 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전력을 다해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아마추어 러닝에서 진짜 실력을 가르는 건 '마일리지'라는 것을요. 하루하루 쌓아올린 거리, 무수히 반복된 훈련, 그 속에서 다져진 호흡과 페이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몇 년 후, 저희는 2018년 손기정 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전보다 한결 수월하게 완주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오랜 공백 탓인지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지쳐가셨고, 거의 탈진에 가까운 모습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만큼 러닝은 조금이라도 쉬게 되면 확실히 실력이 퇴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러닝에 흥미를 가지게 되신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매일 뛰시고, 오랜 공백을 두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러닝만큼은 과거의 영광보다 현재의 누추함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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