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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무대의 조명 같았고, 그 속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은 배우처럼 보였습니다. 시카고의 토요일 오후. 밀레니엄 파크, 저는 그 무대 밖 관객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단지 '보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저기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뛰라고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뛰고 싶어졌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러닝의 불씨가 그날 점화되었습니다.
러너들은 마치 무언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누구와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아도, 그들의 리듬, 자세, 눈빛은 자신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싶었고, 그 언어를 배우기 위해 제 몸을 움직여 보고 싶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달리는 사람을 보면 눈길이 갔습니다. 보폭, 자세, 표정, 숨결. 어쩌면 저는 러너가 아니라, 러너를 사랑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을 흉내 내고 싶어지듯 저 역시 그들을 흉내 내고 싶었습니다.
그날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서의 풍경은 트랙 밖에서 관찰자로만 머물던 저를, 트랙 안에서 달리는 사람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러닝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전염되는 어떤 갈망에 가까웠습니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었고, 목표 지점을 향한 의지도 아니었습니다. 무대 밖에서 바라보던 누군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었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달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화 속에 들어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