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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동생과 처음으로 러닝 대회에 참가했던 날이 떠오릅니다. 엑스크루에서 주최한 '샤워런'이라는 이름의 행사였습니다. 그날은 단순히 달리는 행위 그 자체보다, 러닝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처음으로 체험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기록을 세우기 위해 애썼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의 경험이었습니다. 샤워런은 이름 그대로 러닝과 물놀이가 결합된 독특한 대회였습니다. 코스 곳곳에 물대포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었고, 참가자들은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소리치며 뛰었습니다. 함께 뛰는 러너들의 얼굴엔 힘듦보다 웃음이 더 많이 묻어났고, 완주의 성취감보다는 순간순간의 해방감이 더 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날을 계기로 러닝은 저에게 또 다른 얼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혼자만의 수련, 기록 갱신, 고요한 사유의 도구로서의 러닝도 여전히 의미 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며 뛰는 '함께의 러닝'이 주는 감정적 기쁨은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러닝은 꼭 고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놀이로서의 러닝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러닝을 통해 동생과의 유대를 다시 확인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운동이라는 매개를 통해 평소 하지 못했던 대화를 나누고, 함께 땀을 흘리며 나눴던 미소는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중요한 러닝 대회가 있을 때마다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어졌습니다. 혼자서만 쌓는 기록보다, 함께 나누는 기억이 훨씬 값지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샤워런은 단 한 번의 행사로 끝났지만, 그 하루가 제 러닝 인생에 남긴 흔적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언젠가 또 그런 축제 같은 대회가 열린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출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