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는 아이콜리

[아이콜리 서포터즈로 활동중입니다]​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가며 걷게 만드는 긴 여정입니다. 운동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바디프로필이라는 목표를 이룬 뒤, 저는 다시 무너졌고, 어느새 런태기라는 이름의 긴 정체기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정체기라고 부르기에는 부끄러운 나날이었습니다. 몸은 예전의 그것을 잃어가고 있었고, 러닝은 점점 멀어지는 낯선 언어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실 무너졌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정확히는 '보여줄 것이 없어졌다'는 감각에 휘둘렸다고 말하는 편이 더 맞을 것입니다. SNS 피드에 올릴 만한 성취도, 공유할 만한 기록도 사라졌습니다. 누군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제 삶은 어느 순간부터 계속 나오는 뱃살로 인한 절망뿐이었고, 그럴수록 러닝은 더 하기 싫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다시 꺼내든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인드풀 러닝'이었습니다. 과거에도 읽었던 책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감정으로 펼쳤습니다. 이전에는 있어 보이기 위해 읽었다면, 이번에는 진심으로 다시 달리고 싶어서 읽었습니다. 책의 한 문장이 유독 깊게 와 닿았습니다. “서두르는 것에는 축복이 없다.”

그 문장을 곱씹으며 저는 다시 러닝화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밖으로 나갔습니다. 빠르게 뛸 생각도, 멋진 피니시샷을 남길 계획도 없었습니다. 딱 1시간만, 내 속도대로 걷고 뛰었습니다. 처음에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어느새 몸이 다시 리듬을 기억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제가 신었던 러닝화는 캐나다에서 러닝을 시작하며 함께했던 첫 러닝화였습니다. 아디다스 클라우드. 밑창이 많이 닳아있었고, 한 켠은 조금 뜯어져 있었습니다. 그 신발로 오타와 하프 마라톤을 뛰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너무 낡아버린 신발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처음 러닝을 시작하던 저와 다시 연결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다시 혼자만의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댓글 0
답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