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콜리 서포터즈로 활동중입니다]
처음에는 단지 10km를 달릴 계획이었습니다. 러닝 초보자에게는 그것도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적당한 도전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출발 전, 배번을 제때 수령하지 못한 실수가 예상치 못한 선택지를 남겼습니다.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배번을 택배로 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직접 와서 수령해야 했었습니다…) 선택지는 2가지였습니다. 첫번째는 기록 없이 뛰기. 두번째는 다음 날에 있는 하프 마라톤이나 풀코스를 선택해 다시 등록하기. 저는 하프 마라톤을 골랐습니다.
하프 마라톤은 21.0975km입니다. 제가 목표로 한 거리의 2배가 넘었습니다. 분명 제가 가진 체력과 훈련량으로는 결코 쉬운 거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 끌림이 먼저였습니다. 어쩌면 완주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길을 잃을까봐 구글로 프린트한 지도를 대회 시작 직전까지 반복해서 외웠습니다. 하지만 레이스가 시작된 순간, 그 지도는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저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달리면서 수없이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과 싸웠습니다. 발목이 시큰했고, 허벅지는 점점 돌처럼 굳어갔습니다. 거짓말처럼 제가 가장 길게 뛴 거리인 14km가 넘어가면서, 아스팔트 위에 제 발이 박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오는 응원의 손길과 오타와 풍경은, 제가 감당할 수 있을 거리를 두 배로 늘려주었습니다. 21km를 결국 완주했을 땐,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한 나보다 나는 더 나은 존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습니다. 이후 누군가 제게 인생의 전환점을 꼽아보라면, 이 첫 하프 마라톤을 말하게 됩니다. 그것은 단지 러닝의 성공 경험이 아니라, 제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