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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저는 춘천 마라톤에 출전했습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무릎 보호 테이핑을 연습하느라 전날 밤 호텔방에서 거울 앞에 서 있었던 그 모습은, 마치 진격의 거인에 등장하는 거인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테이핑 덕분인지 불안했던 무릎은 비교적 무리 없이 따라와 주었습니다. 춘천마라톤은 저의 첫 풀코스였습니다. 42.195km라는 숫자에는 묘한 상징성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달릴 수 있는 '한계'의 숫자 같기도 하고, 동시에 '가능성'을 증명하는 거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상징은 32km 지점을 넘기면서부터 제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 지점까지가 제가 연습 중에 경험했던 최장거리였기 때문입니다.
32km를 넘기는 순간, 저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묘한 흥분을 느꼈습니다. 두 다리는 무겁고, 어깨는 점점 굳어갔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점점 맑아졌습니다. 땀과 호흡, 발걸음과 햇살이 모두 하나로 뒤섞인 그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저는 뭔가 거창한 감정을 느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더 강하게 남은 건 '달리는 동안의 희열'이었습니다. 웃기지만 저는 결승점을 통과한 이후,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