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약믈리에입니다!
"항생제 많이 먹으면 내성 생기지 않나요?"
보호자분들이 제법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항생제는 매우 유용하면서도, 올바르게 쓰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는 약입니다. 오늘은 항생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흔히 하는 오해들, 그리고 복용 시 꼭 지켜야 할 원칙들을 함께 정리해보려 합니다.
1. 항생제란 무엇인가요? 내성에 대한 오해
먼저,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거나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세균감염’일 때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감기, 독감, 코로나19와 같은 대부분의 일상적인 호흡기 감염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므로 항생제로는 치료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감기에 항생제를 먹으면 낫는다”고 착각하시거나, 병원에서 항생제를 받지 않으면 뭔가 치료가 덜 된다고 느끼시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항생제를 자주 먹으면 몸이 내성이 생긴다”고 걱정하시는데요, 의학적으로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이의 몸’이 아니라 ‘세균’입니다.
즉, 아이 몸에 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항생제 내성’이라고 부르며, 내성이 생긴 세균은 같은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려워져 더 강한 항생제가 필요해질 수 있고, 치료 실패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2. 왜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해야 할까요?
보호자분들 중에는 “아이 열도 거의 내렸는데, 3일 치만 먹이고 말래요”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항생제는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처방된 기간 동안 꾸준히, 끝까지 복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처음엔 증상을 유발하는 세균의 대부분이 죽습니다. 그러나 일부 남아 있는 세균은 항생제에 약간의 저항력을 가진 ‘강한 세균’일 수 있습니다. 이들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약을 중단하면, 그 살아남은 세균들이 다시 증식하면서 이전보다 더 강력한 내성균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적군을 물리치는 전쟁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대부분의 적을 물리쳤다고 전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싸워 남아 있는 적까지 완전히 정리해야 전쟁이 끝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3. 항생제 복용을 깜빡했다면?
“약 먹이는 걸 깜빡했는데, 두 번 먹여야 하나요?”
이 질문도 약국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항생제를 비롯한 약물은 규칙적인 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부모님도 바쁘고 아이도 거부하거나 토할 수 있어서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절대 두 번 분량을 한꺼번에 주시면 안 됩니다.
영국 NHS(국가보건서비스) 가이드라인에서는 아래와 같이 권고합니다:
복용 시간까지 2시간 이상 남았다면 → 생각난 즉시 복용
복용 시간까지 2시간 미만이라면 → 놓친 것은 건너뛰고, 다음 알람 시간에 맞춰 다시 복용
절대로 두 배 용량을 한 번에 복용하지 말 것
즉, 놓쳤다고 해서 ‘쌓인 분량을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오히려 아이의 간이나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차라리 한 번 정도 빠졌더라도 그다음 약을 제시간에 제대로 복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항생제는 꼭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사용한다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약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사용은 내성균을 만들고, 의료비와 치료 기간을 늘릴 뿐만 아니라 예후도 나빠질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내성균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시대에는, 모든 사람의 작은 주의가 나와 우리 주변을 더 건강하게 만듭니다. 항생제, 그저 ‘감기약’이 아닌 책임 있게 사용해야 할 약이란 걸 기억해 주세요.
(아이콜리 서포터즈로 활동 중입니다.)
https://i-ccoli.ai/post/pharm-h/3484
출처: NHS(영국 국가보건서비스) 항생제 복용 가이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