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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위가 줄어들면 식욕도 줄어들겠지"라는 기대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입니다. 식단을 시작하면 오히려 음식 생각이 더 자주 떠오르고, 전보다 더 자주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식욕을 억지로 참고 참다가 결국 폭식으로 이어지곤 하죠. “이러다 트레이너에게 혼나겠네...”라는 죄책감까지 들며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식단을 할수록 식욕은 더 올라가는 걸까요?

저는 이 문제를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몸을 만드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보디빌더나 피트니스 선수조차 식욕을 완전히 억누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강한 목적의식과 통제력을 가진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일이니, 일반인이라면 더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트레이너로서 저는 수많은 회원님들과 저 자신의 몸을 통해 실험하고 관찰하며 이 질문을 깊이 고민해왔습니다. 그 결과, 식욕 증가는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정교한 생존 신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리학적인 이유: 똑똑한 몸의 반응

식사를 줄이면 우리 몸은 곧바로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인식합니다. 이때 렙틴(leptin) 수치는 감소하고 그렐린(ghrelin) 수치는 증가합니다. 렙틴은 포만감을, 그렐린은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입니다.

또한 탄수화물을 급격히 제한하면 혈당이 불안정해지면서 단 음식에 대한 강한 갈망이 생깁니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백질은 식욕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충분히 섭취되지 않으면 몸은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되며, 특히 간식과 정제된 탄수화물에 손이 가게 됩니다.

감량 초기에 수분과 근육이 빠지면서 기초대사량도 떨어지게 됩니다. 즉, 몸은 더 적은 에너지로 생존하려고 하고, 이를 보완하려는 생리적 반응으로 식욕을 더욱 자극하게 되는 것이죠.

심리적인 이유: 금기가 만든 갈망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 음식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집니다. ‘절대 안 먹을 거야’라는 생각은 ‘오늘만 먹고 다시 안 먹을 거야’라는 폭식의 유혹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금기 효과라고 합니다. 금지된 것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이죠.

저도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저탄고지 식단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단백질과 지방 위주로 식사했고, 탄수화물은 거의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체중은 줄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매 끼니가 끝나도 허전함이 남았습니다. 단백질 간식으로 배고픔을 눌러보려 했지만, 피로는 점점 누적됐고 결국 생리도 끊겼습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 몸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줄이지 마세요.

빠르게 감량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급격한 감량은 몸에 위기의식을 심고 식욕을 더 자극합니다. 한 달에 1~2kg 정도의 감량이 적절합니다.

2. 탄수화물을 무조건 제한하지 마세요.

운동을 병행하거나 활동량이 많은 사람에게 탄수화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적정량의 탄수화물은 혈당을 안정시키고, 식욕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3. ‘질’ 높은 식사를 하세요.

단순히 먹는 양만 줄이는 건 오히려 몸을 더 예민하게 만듭니다. 단백질, 복합 탄수화물, 건강한 지방, 채소 등을 균형 있게 구성한 식사는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맛도 중요합니다. 결국 맛있게 먹는 식사가 그 '질'에 포함되어 있음을 명심하세요.

4. 금기보다 선택의 식단을 만드세요.

“이건 절대 먹지 마세요”라는 식단은 관계를 왜곡시킵니다. 음식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언제, 어떤 컨디션에서, 어떻게 먹는 것이 나에게 좋은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욕을 억누르기보다는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 그것이 지속 가능한 식단의 핵심입니다.

식욕은 적이 아닙니다

결국, 식단은 단순한 참기가 아닙니다.

내 몸의 신호를 듣고, 나와 관계를 맺는 과정입니다.

식욕은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신호입니다.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일 때, 진짜 건강한 식단이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너가 "그냥 먹지 마세요, 살쪄요"라는 식으로 식단을 제안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특히 호주에서는 식단 설계는 영양사의 전문영역이며, 그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영양지식이 부족한 트레이너가 제공하는 제한적 사고방식에 물들지 마세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음식과 더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 그것이 진정한 다이어트의 출발점입니다.

(아이콜리 서포터즈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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