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치들이 회원의 운동능력 향상을 위해 푸시하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동기를 북돋아 주는 푸시는 때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회원에게 무조건적인 강도를 요구하는 방식은 오버트레이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오버트레이닝은 단순히 ‘힘든 날’로 끝나지 않습니다. 회복이 더디고, 수면이 흐트러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 일상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더 무서운 건, 많은 회원이 이 상태를 ‘열심히 해야 하니까 참아야지’라고 착각한 채 지나쳐버린다는 것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트레이너도 모릅니다
트레이너는 전문가이지만, 당신의 몸속 감각까지 읽어낼 수는 없습니다. 호흡, 자세, 표정, 땀의 양 같은 겉보기에만 의존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피로의 신호나 통증은 놓치게 됩니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건 ‘표현’입니다. 트레이너도 적극적으로 물어봐야 하며 회원도 적극적으로 표현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몸이 무겁게 느껴져요.”
“이 동작을 할 때 왼쪽 무릎이 찌릿해요.”
“지금은 RPE 8 정도인 것 같아요.”
이 한 마디가 트레이너에겐 운동 강도를 조절하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죠.
RPE(운동 자각도)는 운동 강도를 1~10점으로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RPE 느낌 설명
1–3 ∥ 매우 가볍다. ∥ 대화 가능, 준비 운동 수준
4–6 ∥ 약간 힘들다. ∥ 숨이 찰 정도, 운동 지속 가능
7–8 ∥ 힘들다 ∥ 말은 가능하나 집중 필요
9–10∥ 매우 힘들다 ∥ 거의 말 못 함, 한계 직전
RPE는 트레이너에게 자신의 상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회원은 수치를 기준으로 감각을 객관화하고, 트레이너는 그 수치를 바탕으로 훈련 강도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신호가 3가지 이상 나타난다면,
지금은 ‘밀어붙일 때’가 아니라 ‘조율할 때’입니다.
1. 안정 시 심박 수 상승 : 평소보다 5~10bpm 이상 증가
2. 근육통 지속 : 4일 이상 지속되면 과훈련 의심
3. 수면의 질 저하 : 깊은 수면 비율 20% 이하, 잦은 각성
4. 기분 변화 :예민, 무기력, 운동 의욕 저하
5. 회복력 저하: 운동 후 맥박 회복 속도 느려짐 (1분 후 12bpm 미만)
6. 식욕 변화: 갑자기 과식하거나 식욕 저하
7. 잦은 통증: 특정 부위의 통증이 반복됨
1. 강도 조절은 일주일 단위로 변화를 줍니다.
고강도 운동은 주 2~3회, 나머지는 중·저강도로 해주시고 가볍게 걷기나 사이클, 스트레칭와 같이 능동적인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해주세요.
2. 충분히 자고 영양을 잘 섭취해줍니다.
7시간 이상 잠을 자시고 운동 후 30분 내 탄수화물·단백질 섭취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상 직후 안정 시 심박 수 체크, 숫자로 피로 상태를 점검하면서 몸의 변화를 점검해주세요.
3. 감정일지 & RPE 기록 습관화
‘아프기 전’에 표현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오늘의 피로감을 느끼고 “조금 이상하다.” 느껴질 때 트레이너에게 말하세요. 운동 자각도에 따라 어느 정도인지 알려두세요.
트레이너와의 관계는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제가 그룹코치로 일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건, 컨디션에 대해서 조금만 말했으면 조절할 수 있었을 상황을 ‘참고’ 넘기다가 다치는 경우였습니다.
회원도, 운동코치도 서로의 역할을 다 하려면 서로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운동코치도 자세의 흐트러짐, 표정, 호흡 수 등을 유심히 관찰하여 상황을 파악해야하고 회원은 자신의 감각을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트레이너는 초능력자가 아닙니다.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서로가 놓치기 전에 표현도 적극 합시다.
오늘은 ‘트레이너를 믿지 마세요’ 시리즈의 마지막 편입니다.
이 여섯 편의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왔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제가 전하고 싶었던 단 한 가지 메시지는 ‘소통’입니다.
이 말은 ‘트레이너는 믿을 수 없으니 의심하라’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트레이너는 사람의 몸을 다루는 전문가이기에 몸이라는 복잡한 세계 앞에서 모든 정답을 하나로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몸의 반응도 다릅니다.
맞는 음식, 운동 방식, 자극 감도, 회복 속도, 감정적 반응까지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건강은 이분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영역입니다.
내 몸을 무조건적으로 맡기기보다는,
내가 나의 감각을 지키고, 내 느낌을 신뢰하며,
전문가와 ‘함께 조율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그게 진짜 건강한 피트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이 버겁거나 컨디션이 떨어질 때,
그 감각을 스스로 눈치채고
트레이너와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관계.
그런 신뢰 기반의 소통이야말로,
평생 가는 운동 관계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아이콜리 서포터즈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