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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약사 약믈리에입니다~

약국에서 일하다보면 약이 너무커서 쪼개먹어도 되는지

또는 약국에서 갈아줄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있어요!

특히 타이레놀ER처럼 유독 알이 굵은 약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요.


약사로서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절대 안 됩니다!" 단순히 쓰기 때문이 아니에요.

약을 쪼개는 순간, 약은 '치료제'가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왜 알약을 있는 그대로 삼켜야 하는지, 그 무시무시한 이유와 삼키기 힘들 때의 대처법을 상세히 알려드릴게요.



"알약이 너무 커서 목에 걸려요..." 환자분들의 고충


나이가 들면 침 분비가 줄어 입안이 마르고, 목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서 알약을 삼키는 게 큰 숙제가 됩니다. 큰 알약을 볼 때마다 '저걸 어떻게 삼키나' 싶어 한숨부터 나오시죠? 오죽하면 "알약 삼키다 목이 너무아팠다"는 말씀까지 하실까요…ㅜㅜ


그러다 보니 많은 어르신이 자구책으로 알약을 반으로 뚝 쪼개거나, 숟가락 뒷면으로 짓눌러 가루를 내어 물에 타 드시곤 합니다.

특히 타이레놀ER처럼 하얗고 길쭉한 알약을 보며 "이건 너무 크니까 쪼개 먹는 게 당연해"라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약사 입장에서 그 장면을 보면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하나씩 설명해 드릴게요.



서방정의 비밀: "천천히 녹으라고 만든 약을 한꺼번에?"

가장 주의해야 할 범인은 바로 이름 뒤에 'ER', 'SR', 'XR', '서방정'이라는 글자가 붙은 약들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어르신들이 많이 드시는 타이레놀ER과 일부 혈압약, 당뇨약들입니다.



  1. 서방정(Slow Release)이란?: '천천히(Slow) 방출(Release)되는 정제'라는 뜻입니다. 약 알갱이 속에 정교한 그물망이나 코팅을 입혀서, 몸속에서 8~12시간 동안 서서히 녹아 나오도록 설계된 아주 똑똑한 약이에요. 아침에 한 알 먹으면 저녁까지 약효가 일정하게 유지되게 만든 것이죠.
  2. 쪼개 먹으면 생기는 일: 이 큰 알약을 반으로 쪼개는 순간, 약을 감싸고 있던 특수 설계가 파괴됩니다. 그러면 8시간 동안 천천히 나와야 할 약 성분이 단 10분 만에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됩니다. *독성 위험: 갑자기 너무 많은 약 성분이 혈액 속으로 들어오면 간과 신장에 엄청난 무리를 줍니다. 심한 경우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약물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특히 타이레놀 성분은 한꺼번에 과도하게 흡수될 경우 간 손상 위험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크다고 쪼개 먹는 행위는 정말 위험합니다!


장용정의 비밀: "위가 아니라 장까지 가야 해요!"

이름 뒤에 '장용정'이라고 적힌 약들도 절대 가공 금지입니다. (예: 아스피린 프로텍트, 일부 변비약 등)


  1. 특수 코팅: 이 약들은 위산에 녹지 않고 장까지 무사히 내려가서 녹도록 특수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위장이 약한 분들을 위해 위를 보호하거나, 장에서 흡수되어야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죠.
  2. 가루로 만들면?: 가루를 내어 먹으면 약이 장에 가기도 전에 위에서 다 녹아버립니다. 그러면 위벽에 심한 상처를 내어 위궤양을 일으키거나, 정작 필요한 장에서는 약효가 하나도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그럼 목구멍이 작은데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 약사의 대처법

삼키기 힘든 고통을 잘 알기에, 무조건 "참고 삼키세요"라고만 하지 않겠습니다.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1. 약사에게 '제형 변경'을 요청하세요. 만약 알약이 너무 커서 도저히 못 드시겠다면, 처방 받으실 때나 조제할 때 약사에게 말씀해 주세요. "이 약 너무 커서 삼키기 힘든데, 혹시 크기가 작은 약이나 물약(시럽), 혹은 가루로 내도 되는 일반 정제로 바꿀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약의 성분은 같으면서도 삼키기 쉬운 다른 종류의 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올바른 자세를 취하세요. 알약을 넣고 고개를 너무 뒤로 젖히면 오히려 식도가 좁아집니다. 물을 한 모금 머금고 알약을 넣은 뒤, 고개를 살짝 아래로(앞으로) 숙이면서 삼키면 식도가 넓어져서 알약이 훨씬 잘 넘어갑니다. (캡슐 약의 경우 물에 뜨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약사가 전하는 팁: "선(Line)이 있는 약만 쪼개세요"

가끔 알약 가운데에 'T'자나 '-'자로 깊은 선이 그어져 있는 약들이 있습니다. 이를 '분할선'이라고 하는데요. 이 선이 있는 약들은 약국에서 조제 시 필요에 따라 쪼개도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타이레놀ER처럼 매끈하고 선이 없는 약, 혹은 코팅이 반짝반짝하게 되어 있는 약들은 절대로 임의로 쪼개서는 안 됩니다…!!

약이 크고 삼키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심코 행했던 '알약 쪼개기'가 내 몸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해 주세요..!

내 몸을 위해 먹는 약이 제 효과를 내려면, 그 모양 그대로 내 몸 속에 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거 쪼개 먹어도 되나?" 싶을 때는 망설이지 말고 약국으로 전화하시거나 방문해 주세요. "약사님, 이거 쪼개면 안 되는 약이죠?"라고 확인하시는 그 습관이 여러분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큰 방패가 됩니다.


오늘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약 복용하시고,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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